제일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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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13-11-30 00:59
    기쁜 장례식
     글쓴이 : 사모님
    조회 : 12,836  
      2013년 10월 13일 저녁 7시 경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폐암 진단이 내려진 지 열 달 만에 68년이라는 아쉽기 그지없는 생을 마감하신 것이다. 장례식장을 마련하고 장례식 일정을 잡는 내내 아버지를 갑자기 여윈 슬픔보다 놀라움과 감사로 흥분되어 밤새껏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장례식 내내 환하게 웃고 있는 나를 보며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버지!
     
     나의 글들에는 어머니보다 아버지가 훨씬 더 많이 등장한다. 여느 아버지들처럼 내 아버지도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셨고,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아버지와의 추억도 그다지 많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보낸 시간들이 내 추억의 잔상에 강렬하다. 어쩌면 간혹 한 번씩 보낸 시간들이었기에 더 선명하게 남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서울로 진학시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한 번씩 우셨다고 한다. 서울로 진학해 좋은 제부를 만난 여동생을 보며, 공부를 더 잘 했던 나와 비교하셨던 것이다. 그랬기에 목사인 사위는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아하셨다.
     
     십여 년 전 작은댁을 방문해서 작은아버지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내가 못마땅하셨는지 작은아버지께서 갑자기 엉뚱한 말씀을 하셨다.
     
     “그래, 니는 지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부모가 대학까지 시켜놨는데 니가 이렇게 사는 게 부모님께 얼마나 큰 불효가 되는지 아나?”
     
     평생 세상적인 성공만을 추구하셨던 작은아버지의 눈에 목사의 아내, 그것도 부목사의 아내는 얼마나 초라했겠는가? 그런 주제에 전도까지 하니 이상해졌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내가 부모님께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것은 시간이 더 지나가봐야 알 수 있지요.”
     
     하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그만큼 모든 가족들은 나의 선택에 대해 불만이 많았었다. 그러니 부모님을 전도한다는 것은 난공불락의 성을 대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4년 전, 부산으로 오면서 부모님을 자주 뵐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작년에 아버지께서 이십 여 년을 경영하셨던 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고 허전해하실 때 아버지만 모시고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면서 다섯 시간이나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또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아주 좋은 옷도 사드렸다. 우리 형편을 생각하시면서 부담스러워도 하셨지만 무척 기뻐하셨다. 그렇게 아버지와 많이 가까워졌다. 그런데 몇 달 후, 폐암진단을 받게 되신 것이다.
     
     그 후,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아버지를 찾아뵈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복음을 전했다. 교회 얘기만 나오면 역정부터 내셨던 아버지였기에 복음을 전할 엄두도 내지 못했었으나 병환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투병 중이셨기에 복음을 전할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틈틈이 복음을 전했고, 아버지는 진지하게 들으셨다. 그리고 기도해드리면 ‘아멘’을 잘하셨다. 하지만 예수님을 받아들이시는 것은 끝내 하시지 않았다. 나의 가슴은 타들어 갔고, 모든 상황은 절망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이 오후예배 때 들려왔다. 한 번도 위급상황이 없었고, 그 전날 떡까지 잘 드시던 것을 본 터라 여유를 가지고 갔다. 그런데 오늘을 못 넘긴다는 의사의 말에 심장이 고동쳤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예수님을 믿으면 천국에 가시는데 예수님 믿으실 거면 ‘아멘’하시라고 하니 호흡기 너머로 아주 힘차게 ‘아멘’ 하셨다.
     
     그 후 남편이 와서 세례를 받으시겠냐고 여쭈었다. 아버지는 허락하셨고, 병상에서 세례가 베풀어졌다. 5분 후, 남편이 아버지께 기독교식으로 장례식을 하겠다고 하니 그러라고 하셨다. 아버지의 확실한 신앙고백을 지켜 본 어머니는 남편이 장례를 주관하도록 허락하셨다. (아버지께서 편찮으실 동안 밤낮으로 ‘관세음보살’을 외우던 어머니셨다.) 평생 종손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오시며 문중을 지키셨던 아버지께서 예수님을 영접하신 것이다. 하루 전에도 묵묵부답이시더니 세례까지 받으시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잠시 후, 아버지는 예수님의 품에 안기셨다. 세례를 받으시고 10분 만에 소천하신 것이다. 아버지의 소천과 구원이 한꺼번에 이루어진 탓에 장례식 내내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빈자리가 슬프지 않을 수 없지만 구원받으신 기쁨에 비할 수 없지 않겠는가?
     
     이제 나의 아버지는 천국을 거닐고 계실 것이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예수님을 간절히 붙들고 하루 몇 시간씩 기도하시다 작년에 먼저 소천하신 작은아버지를 만나셨으리라! 그리고 서로 이렇게 말씀하지 않을까? 나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내가 정말 효녀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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